COMMISSION ㄹㅇ님 커미션

2020. 2. 21. 04:33

*축축타입

*전체 2153자 중에서 775자.



  종말은 어린아이의 침대 밑에 숨어 사는 귀신처럼 가장 가까이에서 조용하게 일어난다.

  좆같은 새끼, 네놈이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을 텐데. A의 말에 J가 웃는다. J를 보는 A의 낯에 의식하지 못한 두려움이 서린다. 천하의 미친개도 주인의 앞에선 얌전해지기 마련이었다. 강제로 채워진 목줄은 손가락을 비집어 넣을 틈조차 없이 견고하게 개새끼의 목을 감쌌다. 목에 딱 맞는 목줄이 당겨지면 그것은 A의 기도를 막고, 숨조차 쉴 수 없게 했다. 놓아달라 애원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들어주지도 않았을 테지만. 안전을 위한 목줄은 사람을 죽이는 밧줄이 되어 언제고 A의 숨을 멎게 할 수 있었고 얌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오로지 J만 그것들이 가능했다. 주인이니까. A가 J에게 주인을 자처하지 않아도 J는 A의 주인이었다. 왜냐면 J가 그걸 원하니까. 손에 쥐고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으니까. 주인은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목줄을 J의 손아귀가 대신할 때도 있었다. J가 A의 팔을 붙잡는다. 노골적인 시선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다 귓가에 오래 머문다. 그런 J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A가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몇 년이고 시달린 몸이 기억했다. 몸을 비틀어 벗어나려는 A의 몸부림에도 기어코 귓불의 피어싱을 잡아 뜯어 피를 낸 J가 피어싱을 바라보다 내던진다. 한동안 끼울 구멍도 없을 테니까 버려도 되는 거 맞지? 혀를 내어 손끝에 묻은 피를 깔짝거리며 핥는다. 고통에 귀를 감싸고 무너진 자세 그대로 굳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 잘게 떨릴 뿐이었다, A가 항상 계획한 일이 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버릇처럼 스스로 피어싱을 잡아당겼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찢어진 귓불에서 피가 흘렀다. 몸의 떨림이 멎지 않는다. J의 웃는 낯을 땅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끓어 더 그랬다. 분노와 공포는 J를 마주한 A에게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들이 됐다. 이 두 감정은 도망치려 버둥댈수록 더 강하게 얽히고 엉켜 헤어나올 수 없는 둘의 관계와 닮았다고, J는 생각한다.

'COMMISS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ㄹㄱ님 커미션  (0) 2020.02.21
ㄹㅇ님 커미션  (0) 2020.02.21
ㄹㄱ님 커미션  (0) 2020.02.21
ㄲ님 커미션  (0) 2020.02.21
ㅎㅎ님 커미션  (0) 202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