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 ㅁㅇ님 커미션

2020. 3. 10. 07:07

*반짝타입 

*2636자 중 823자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가 너에게 했던 고백은 무모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덧없이 피어나 흐드러져 떨어지는 꽃잎을 주워 다시 나무에 붙일 수 없는 것처럼. 만개한 꽃잎이 평생 만개한 채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그래도 꽃이어서 다행이야. 꽃은 맺히고 떨어지는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무모한 고백이더라도, 이 무모함 덕분에 너의 답이 거절이라면 한때의 치기로 넘길 수 있고 승낙이라면 네게만 몰두한 채 사랑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

 

너와 나 사이에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남자가 아이를 배지 못한다는 건 알아. 내 말은, 베이비 페이스로 말이야. 우린 분명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야. G,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일부러 웃고는 고개를 숙였다. 눈질으로라도 네 반응을 살피려 했으나 내려온 앞머리가 시야를 가렸다. 평소라면 그건 또 무슨 말이냐며 욕지거리를 내뱉었을 너는 이상하게도 한참을 조용했다. 차라리 더럽다며 밀치고 욕했다면 난 쉽게 밀려나 한껏 상처받은 표정으로 돌아설 텐데, 네게 동정이라도 받아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을 텐데. 네가 날 신경 썼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서라도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만 들었다. 사실은 그런 와중에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웃음은 진작 멎어있었고 숙였던 고개는 여전히 들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거 고백 대신 키스라도 해볼걸. 낯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네가 먼저 떠나주길 바라던 중 내 시야에 네가 담겼다. G 내 멱살을 잡아당겼다.

 

*

 

누가 말하는지도 모를 만큼 같은 톤의 목소리들은 오래, 길게 늘어졌다. 한 번도 G가 암살팀의 모두에게 이런 말을 먼저 꺼낼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기뻐. 마음 한 켠이 부푸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마음 한 켠 정도가 아니야. 이미 뜨고 있는지도 몰라. 여전히 풀린 낯으로 상상 속에 빠져 천천히 떠오르려던 찰나 기앗초가 맞잡은 손에 힘을 싣는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얼빠진 표정 하고 있지 마, M. 알아 들었냐.”

 

G와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마음이 맞는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 가까워지는 걸지도 모르겠어. 정신부터 몸까지 겹쳐지는. 낯에 열이 오른다. 나는 G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혀로 입술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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